국가대표급 분위기 메이커, 장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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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손을 치면 '떵'이라 하고 북편을 치면 '쿵(鼓)', 채편을 치면 '떡(鞭)', 채편에 앞 꾸밈음을 써서 치면 '기덕', 채를 트레몰로같이 굴리면 '더러러(搖)'라고 한다.’ 여러분, 이 문장이 설명하는 악기가 무엇인지 아시나요? 이 악기를 연주하는 데는 빠르기에 따라 이렇게 나뉘죠. 굿거리, 자진모리, 휘모리장단. 우리가 직접 악기를 두드리진 않았을 지라도 입으로 만큼은 수없이 연주했던 장단들인데요. 지금 여러분이 생각하고 있는 그 악기! 그 악기가 맞을 거예요. 우리에게 이토록 낯익은 국악기도 없죠. 그리고 국악에서 ‘장구’만큼 각종 국악 연주에 꼭 필요한 악기도 없어요.
약방에 감초 장구, 팔방미인 장구!



현대음악을 연주하는 관현악곡에서, 타악기에 불과한 장구는 우리에게 존재감이 그리 크게 느껴지지 않는데요. 정말 그럴까요? 다수가 하나의 음악을 만들어 내야 하니, 장구나 다른 연주자나 모두 지휘자의 지시에 맞춰 연주를 하겠죠. 하지만 연주자들의 귀는 장구의 박자에 맞춰 연주하는 것이 보통이에요. 장구 연주자들이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해 리듬이 엉켜버리는 경우라도 발생한다면 연주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다분하죠.
연주에 MSG를 뿌리는 산조에서의 장구
독주의 경우에는 어떨까요? 산조라는 독주에서 반주하는 장구 연주자를 고수(鼓手)라고 해요. 이렇게 특별한 명칭까지 붙은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데요. 산조를 연주할 때, 장구 반주는 악기 연주 속도를 조절하고, 연주를 더욱 맛깔나게 하기 때문이에요. 슬픈 부분에서는 장구 연주도 작고 여리게, 당차고 큰 셈여림의 리듬에서는 장구도 덩달아 커지게 되죠. 연주에 MSG를 뿌리는 역할이라고 보면 될 것 같아요. 실제 악기 연주자들은 장구 반주에 더욱 흥이 나서 연주하기도 하고, 고수와 서로 눈을 바라보며 무언의 사인을 주고받기도 해요.
고수의 역할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아요. 산조를 반주할 때 장구 연주자는 산조 연주자의 멜로디를 모조리 외울 정도로 듣고 체화하는데요. 장구 반주는 악기의 선율 단락을 기준으로 선율의 단락의 처음과 끝을 같이 맺어주고 이어주는 역할을 해요. 그래서 장구 반주를 잘하려면 달고(이어주고, 承) 맺는 것(結)을 잘하면 된다고들 하죠.

장구의 활약은 언제부터?
특별한 음을 소리 내진 않지만 빼려야 뺄 수 없는, 장구의 이런 역할은 오랜 시간 이전부터였을 시작되었을 것으로 추정돼요. 장구 연주는 왕이 행차하는 음악에 쓰이는 대취타에서 박자를 짚어주는 역할을, 궁중에서 연행되던 다양한 음악들에서도 악기 연주자들에게 박자를 전달하는 역할을 해왔어요. 서양 관현악에 등장하는 지휘자의 역할이 박자를 지시하는 등의 역할이라면, 국악에서 장구는 서양에서 지휘자의 역할을 대신하는 악기인 셈입니다.


꼭 있어야 해서 늘 그 자리에 있다 보면, 일상이 되어버리기도 하죠. 너무 익숙해서 언제 거기 있었는지도 모르게 되어버리니까요. 장구가 딱 그래요. 관객들의 시선은 늘 음을 만들고 독특한 소리를 내는 악기의 연주자에게 향하기 마련인데요. 한국 음악에서 ‘한’과 ‘흥’을 빼놓을 수 없잖아요. 때론 여리고 비통하게, 때론 빠른 팔놀림으로 경쾌하게. 국악에서 장구는 리듬을 리드하며 분위기를 만들어요. 그래서 장구는 국악 연주에 있어 ‘약방의 감초’라 불리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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