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

GOOD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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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러분이 알고 있는 국악은 어떤 모습인가요? 느긋하고 엄숙한 궁중음악으로 기억하실 수도 있고, 혹은 독특하고 신명 나는 민속음악을 생각하실 수도 있겠죠. 하지만 국악은 이 두 갈래로만 나누어지지 않는걸요! ‘나 요즘 국악에 좀 스며든 것 같아...’하는 분들, 혹은 아직 나는 국악 뭐가 좋은지 잘 모르겠다며 입덕 부정기에 놓여 계신 분들께, 더욱 색다른 국악을 소개해드리고 싶어요. 바로 굿음악입니다. 굿음악이라면 왠지 형형색색의 굿판, 날카로운 무당의 눈빛이 떠올라 괜스레 몸을 움츠리게 되기도 하는데요. 이들이 새롭게 보여주는 굿음악은 오히려 만인이 함께 하는 축제의 장에 더 가깝답니다!

 

🎉한바탕 축제를 여는 사람들

  그래서 그 축제는 누가 여냐고요?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이 활짝 열죠!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은 세종문화회관 산하에 있는 서울시예술단 9개 단체 중 하나로, 1965년에 창단되어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국악관현악단이에요. 오랫동안 전해 내려 온 정악1)곡부터, 민속 악곡까지 두루 연주하고 있답니다. 옛날에 지어진 곡들만 연주하는 건 아니에요. 현대에 지어진 창작곡들까지,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이 다루는 곡의 범위는 아주 넓다고 할 수 있죠. 이번 굿음악 역시 전통을 기반으로 현대에 새롭게 지어진 창작곡들이고요!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은 올해 새로운 단장과 함께 하게 되면서 국악관현악의 변화를 이끌겠다는 큰 포부로 다양한 관현악 시리즈를 기획했어요. 지난 4월에는 첫 번째 관현악 시리즈인 <명연주자 시리즈>를 통해 동시대의 명연주자에 집중하기도 했고요. 두 번째 관현악 시리즈인 <관현악시리즈-전통과 실험>을 통해 다양한 세대가 전통문화에 대한 공감을 나눌 수 있는 자리를 만들고자 하죠. 이번 시리즈의 첫 번째 공연으로 다가오는 6월 25일, 세종M씨어터에서‘전통과 실험-동해안’을 무대에 올리는데요.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전통을 기반으로 새롭게 창작한 굿음악을 준비하고 있답니다.

1) 정악(正樂)은 고상하며 바르고 큰 음악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어요. 과거 궁중음악의 일부를 포함해, 민간의 상류층을 중심으로 연주되던 음악이랍니다.

 

2022 관현학 시리즈 <전통과 실험-동해안> 포스터 ©세종문화회관

 

🤔동해안과 굿음악, 무슨 관계야?

  생뚱맞은 조합의 단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어요. 하지만 동해안은 여러 지역 중에서도 별신굿이 제일 활발했던 지역이라고요. 그냥 굿도 알쏭달쏭한데, 별신굿은 또 무엇이냐고요? 별신이라는 단어의 어원에는 여러 속설들이 있지만, 신을 특별히 모신다는 뜻이 가장 유력해요. 별신굿은 무당의 주도로 제사를 드리는 큰 규모의 굿을 말하는데요. 저 아래 부산에서부터 저 위쪽 강원도 고성에 이르기까지, 해파랑길과 일치하는 동해안 지역에서는 바다로 나가는 이들의 안전과 많은 물고기 수확을 기원하기 위해 무속신앙에 기대어 소망을 보태었답니다. 오늘날에 빗대자면 하나의 동, 단지에 이르는 마을 단위로 이루어졌다고 하니 꽤나 대단한 행사였던 것 같죠?

 

동해안 별신굿 공연 모습 ©뉴스웨이


  그런데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은 왜 동해안 별신굿을 선택했을까요? 그 이유는 굿에 대한 인식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풍부한 전통문화 중에서도 특히 굿은 그 인식에 있어 변화가 참 잦았어요. 오랫동안 대중들에게 위로, 축제, 기댈 곳이 되어주었던 굿은 1970년대에 들어서면서 점차 자취를 감추게 됩니다. 새마을운동을 추진하며 국가에서 미신을 타파하고 굿을 청산하고자 했거든요. 하지만 그 이후 들어선 정부는 전통을 지키고 사람들 마음속에서 공동체 정신을 되살리기 위해 굿을 국가·지역무형문화재로 지정하기까지 했어요. 다 함께 풍요와 안녕을 기원하던 굿의 의미를 되새기고자 한 것이죠. 그리고 오늘날의 우리 역시 코로나19의 혼란스러운 사태에서 겨우 벗어나 다시 새로운 도약과 서로의 안녕을 기원해야 하는 입장에 놓이게 되지 않았나요? 그래서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은 오늘날 동해안 별신굿을 다시 불러와 그동안 수고했다는 위로, 그리고 점차 돌아오는 일상을 다시 잘 맞아보자는 바람을 서로에게 전하는 거예요. 더욱이 이번 시리즈는 다시 사람들 곁으로 다가온 듯한 굿음악에서 새로운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도록 독특한 변주와 실험적 시도를 보여준답니다!

 

🔥오래된 미래를 이어가보자!

  전통에 더해진 새로운 시도, 바로 동해안 별신굿을 주제로 한 현대의 창작곡들이죠. 20대부터 50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세대의 작곡가 5명이 모여 저마다 이야기가 담긴 음악을 작곡했어요. ‘전세대가 공감을 나누는 판’이라는 <관현악시리즈-전통과 실험> 취지에 맞게, 제작진뿐만 아니라 협업진까지도 다양한 연령대로 이루어져 있다니까요.

 

작곡가 김대성 ©세종문화회관
서울시국악관현악단 김성국 단장 ©세종문화회관


  첫 번째 공연 <전통과 실험-동해안>에서는 총 5곡을 선보일 예정인데요. 특히 김대성이 작곡한 대금과 가야금의 2중 협주곡, ‘만파식적의 꿈’은 동해안 별신굿 자체를 음악으로 표현한 것처럼, 평화에 대한 열망을 담아내었어요. 총 2악장으로 이루어진 이 곡은 한 곡 안에 느리고 빠른 분위기를 모두 담아내었다고 하니 굿의 흐름을 따라가는 기분이 들 것 같아요. 바다와 맞닿아있는 동해안에서 비롯된 음악인만큼, 이번 공연에서는 아름답고 거대한 자연 ‘바다’에 대한 경외심을 이야기하고 있기도 합니다. 특히 ‘춤추는 바다’라는 곡에서는 바다에 대한 아름다움, 별신굿 문화에 대한 예찬을 넘어 이와 같은 문화를 만들고 유지해 온 선조들에 대한 존경을 엿볼 수 있죠. 올해 취임한 김성국 단장은 취임 전 서울시국악관현악단 상주작곡가로 활동해왔는데요. 때문에 작곡가라는 본업으로 잠시 돌아간 그의 작품이 더욱 궁금해집니다.

 

💬Editor’s Comment
  오랜 시간 이어져온 전통에 여러 실험적인 변주들을 거치기까지 한 국악은 최근에는 오히려 그 어느 때보다 현대적인 것으로 여겨지는 듯해요. 악단광칠, 추다혜차지스 등 굿음악을 다루는 아티스트들을 통해 많은 이들이 생각하는 만큼 굿음악은 그리 어렵거나 무섭지 않다는 사실이 점차 알려지고 있는데요. <전통과 실험-동해안> 공연을 통해 이번에는 국악관현악이 함께 하는 더욱 웅장한 소리를 마주해보는 건 어떨까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까지 큰 즐거움과 감동, 위로를 건네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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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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