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싶어 너의 몸 몸 몸…매 말고 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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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 키 때문에 원하는 자리에 앉지 못했던 기억이 있나요? 저는 딱 중간인 키로 인해 고등학교 3년 내내 세 번째 줄을 벗어나지 못했었는데요. 아마 많은 분들이 저처럼 불편한 경험을 한 적 있으실 거예요. 이처럼 우리는 신체나 외모의 다름을 일상에서 자주 느끼곤 하죠. 이런 차이를 반영해서 오로지 ‘몸’과 ‘신체’를 예술로 승화한 작가가 있습니다. 부산시립미술관에서 볼 수 있는 <한국현대미술작가조명Ⅳ>의 주인공, 이형구 작가를 만나볼까요?
🙌각기 다른 몸을 예술로
부산시립미술관은 더 많은 사람들이 한국 현대미술을 접할 수 있도록 <한국 현대미술 작가 조명전>을 지속해서 개최해오고 있어요. 현대 미술계 주요 작가를 소개하는 전시 프로젝트인데요. 네 번째로 열린 이번 전시는 ‘몸’에 대해 말하는 이형구 작가의 작품 세계를 다룬답니다. 얼마나 중요한 작가이길래 이 프로젝트의 주인공 중 한 명이 된 것일까요?
조각가인 그는 조소 공부를 위해 유학하던 시절, 지하철 손잡이에 놓인 손을 보고 인종에 따른 신체적 차이를 경험했다고 밝혔어요. 손잡이를 잡고 있던 본인의 손이 그곳 사람들의 손보다 작은 것을 발견한 거죠. 그래서 '내 손이 조금 더 컸으면 어땠을까?', '어떻게 하면 크게 만들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고, 그것이 신체적 차이를 예술로 표현하는 계기가 되었답니다. 그렇다면 그는 어떻게 큰 손을 구현했을까요? 그는 물을 채운 통에서 빛이 굴절되는 원리를 이용해 손이 커 보이도록 장치를 만들었어요. 이것이 바로 신체적 차이를 표현한 초기 시리즈 <The Objectuals>랍니다.
이 작품, 어떻게 보이세요? 큰 눈과 큰 입이 기괴하게 느껴지지 않나요? 이것은 사람의 손이 더 크게 보이도록 고안한 <The Objectuals>를 조금 더 발전시킨 작품이에요. 앞서 이야기한 손이 아니라 얼굴이 크게 보이도록 만든 건데요. 난해한 듯하지만 원래 의도는 서구화된 미의 기준인 큰 눈과 큰 입을 부각하는 것이랍니다. 이처럼 변형과 발전을 통해 만들어진 작품들을 통해 의외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이 흥미롭게 느껴져요. 손 크기 차이를 우연히 인식한 것을 계기로 그의 작품 세계가 확장되었듯이 말이에요.
🦴뼈를 깎아 만든 애니메이션… 아니 진짜 뼈로 만들었어요!
이형구 작가의 작품 세계는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그는 첫 작품이었던 <The Objectuals> 시리즈에서 과장된 눈과 입을 보고 만화 캐릭터의 신체적 특징을 연상했어요. 그래서 색다른 시도를 하게 되었는데요. 사람이 아닌 동물의 모양을 만들되, 오로지 골격으로만 제작하여 만화 같이 표현을 한 것이죠. 이것이 바로 <Animatus> 시리즈입니다. 몸의 생김새뿐만 아니라 몸이 움직이는 과정을 섬세하게 관찰한 것이 드러나, 이형구 작가의 색깔을 아주 잘 보여주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Animatus라는 단어, 뭔가 익숙하지 않나요? 네, 맞습니다. 이는 animation(애니메이션)의 라틴어 어원이에요. '생명이 있는'이라는 뜻인데요. 그의 작품도 당장이라도 살아 움직일 듯 생생했습니다. 전시장 초입에 전시된 <Animatus>는 살과 근육 없이 뼈로만 이루어진 작품이에요. 그런데도 살아 있는 듯 역동적인 느낌을 주는데요. 그는 이 역동성을 담아내기 위해 해부학 연구를 병행하기까지 했어요. 이런 노력 덕분일까요? 작가의 뼈를 깎아 만든 작품은 3D 애니메이션을 관람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아! 실제로 톰과 제리, 도널드 덕 등 2차원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3차원 공간으로 도약시켜 만든 작품도 있으니, 캐릭터를 추측하며 관람하면 더 재미있겠죠?
👀몸 안에서 바라보는 몸
이형구 작가의 작품은 유사 과학, 관상학, 고고학 등 다양한 장르가 혼합된 것처럼 느껴져요. 그가 다양한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라고 생각하는데요. 실제로 작품 설명을 보면, 그가 다채로운 시각으로 대상에 접근하고 그것을 작품으로 실현하기 위해 많은 연구를 거쳤음을 알 수 있답니다. 가장 최근 시리즈인 <Chemical>에서 이를 잘 느낄 수 있어요. 이전 시리즈들과 달리 신체를 보는 시각을 신체 내부로 들여놓았거든요. 그러니까 우리 몸 안에서 일어나는 화학 작용과 세포 활동 등을 보여준 것이죠. 그가 작품을 제작할 때 얼마나 많은 고민을 하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전시는 작가의 시선에서 몸을 바라보는 경험을 유도해요. 때문에 작품을 차근차근 보다 보면, 작가의 시각이 변화하는 것도 느낄 수 있죠. 그 변화에 따라 우리의 감정도 달라지고요. 아마 전시를 끝까지 보시면, '소우주'로서의 몸을 체험하게 되실 거예요.
작품 관람에만 그친다면 조금 아쉽겠죠? 예술이란, 해석하는 사람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지는 재미도 있는 것이니까요. 이형구 작가가 <The Objectuals>를 제작한 이유가 자신의 시각으로 발견한 신체적 차이를 표현하기 위해서였듯이, 관람객에게도 자기만의 시각으로 전시에 참여할 기회가 주어진답니다. 각 단어에 대한 여러 관람객의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죠. 이처럼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코너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작가가 전시를 통해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를 더 깊게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요?
✅솔직 핵심 정리 노트
ㅇ박수갈채드립니다
- 다양한 시각으로 우리 신체를 작품화했다는 아이디어가 신기하고 재미있었어요.
- 부산시립미술관은 다양한 크기의 작품을 관람하기에 최적의 장소랍니다. 동선 역시 깔끔해서 전시가 복잡하게 느껴지지 않아요. 여러 문화예술 행사에 소외되어 있는 지방인들에게는 오아시스 같은 미술관!
ㅇ요건 쫌 아쉬운데
- 관람객 참여 공간이 다소 협소해요.
💬Editor’s Comment
<한국현대미술작가조명Ⅳ-이형구>는 부산시립미술관에서 8월 7일까지 진행될 예정이에요. 신체를 예술로 다루는 이번 전시는 다양한 시각으로 작품을 바라볼 수 있는 전시죠. 처음에는 조금 난해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점점 이형구 작가만의 특색있는 작품세계에 빠져들게 된답니다. 또 이번 전시는 부산시립미술관이 아니라면 보기 어려운, 지방에서는 더욱 흔치 않은 현대 미술 작가전이기도 하잖아요. 그동안 서울에 가지 않으면 접하기 힘들었던 한국 현대 미술 작가, 그리고 그의 세계관을 만나 다채로운 생각 속에 풍덩 빠져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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