쿨한 가을, 쿨 재즈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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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리쬐는 태양, 쏟아지는 빗줄기, 휘몰아치는 폭풍이 지나가고 살랑 불어오는 바람에 겉옷을 꺼내 입기 시작하는 가을이에요. 맑고 산뜻한 가을 날씨에 노래 한 곡을 친구 삼아 걷고 싶어 지는데요? 딱 이맘때쯤, 상쾌하면서도 조금은 쌀쌀한 날씨가 이어지면 많은 분들이 재즈를 듣곤 하죠. 저 역시 가을이 시작되면 재즈를 찾는 이들 중 하나랍니다. 재즈라고 하면 왠지 어렵고 낯설 것만 같다고요? 사실 전혀 그렇지 않아요! 특히 이 가을에 어울리는 쿨 재즈를 들어본다면 재즈의 매력에 빠질지도 모른다고요!
🔗재즈의 변신은 무죄
재즈는 1920년대 미국의 주류 음악이었어요. 수많은 재즈 종류 중에서도 스윙은 특히 1929년 대공황 이후, 1933년 뉴딜정책의 시행과 금주법의 해지로 미국이 경제를 회복하면서 큰 인기를 끌었죠. 점차 밝아지는 사회 분위기를 대변하듯, 대중들은 화려한 곳에서 빅밴드가 연주하는 스윙 재즈에 맞춰 춤을 추었어요. 하지만 곧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났고 스윙을 연주하던 뮤지션들은 흩어질 수밖에 없었답니다. 그들은 자신만의 악기로 하나둘씩 잼 세션1)을 하며 음악을 이어갔어요. 그러면서 연주자의 능력이 부각되는 비밥이 자연스레 탄생했고요.
그러나 비밥의 복잡함은 재즈가 대중으로부터 멀어지는 주된 이유가 되었는데요? 미국의 승리로 전쟁이 끝난 뒤, 미국은 폭발적인 경제 성장을 이루며 세계 최고의 나라로 자리매김하기 시작했어요. 멋진 차, 좋은 집, 짧은 머리, 세련된 패션 등이 유행했고 대중들은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고 쿨한 느낌을 선호하기 시작합니다. 자신들의 고급스러운 생활과 어울리는 우아한 음악을 듣기를 원했던 거죠. 연주자의 기량을 최대로 드러내면서 복잡하고 화려한 비밥과는 다른 느낌의 음악 말이에요. 이러한 시대의 흐름은 서정적인 멜로디를 진지하게 감상하는 재즈를 불러오게 됩니다. 스윙과 비밥 사이에서 보다 서정적이며 모던한 음악인 쿨 재즈의 시대가 열린 것이죠.
1) 잼 세션은 재즈 연주자들끼리 특정한 악보 없이 즉흥적으로 진행하는 합주를 의미해요. 여러 명이서 즉흥 연주를 하는 것이다 보니 서로의 티키타카가 무척이나 중요한 연주죠!
🙄쿨 재즈만의 매력이 뭔데?!
쿨 재즈는 기존의 재즈와 유럽의 클래식이 섞인 장르예요. 비밥은 빠른 박자와 선율을 바탕으로 기술적이고 현란한 연주가 돋보였다면, 쿨 재즈는 8분 음표 위주의 정제된 화성음이 특징이었어요. 상대적으로 엄격한 형식을 통해 보다 조화롭고 차분하게 연주했죠. 악기에 떨림을 주는 비브라토나 곡의 분위기, 세기, 빠르기를 조정하는 다이내믹(셈여림)이 절제되어 부드러운 멜로디를 형성했기 때문에 대중들은 깔끔하고 이지적인 느낌을 받았던 거예요. 또한 쿨 재즈는 연주자 개인 역량이 중요한 비밥과 달리 밴드의 조화를 추구했어요. 특히 유럽의 오케스트라와 결합되면서 기존 재즈에서는 볼 수 없던 튜바나 프렌치 혼 등의 특이한 악기가 첨가되기도 했답니다.
👀다른 아티스트도 알고 싶어!
쿨 재즈를 대표하는 인물에는 전설적인 트럼펫 연주자 마일스 데이비스(Miles Davis, 1926~1992)가 있어요. 1957년 그가 발매한 <Birth of Cool> 앨범이 쿨 재즈의 시작으로 여겨지기도 하죠. 당시 재즈의 흐름은 흑인이 이끌고 있었는데요. 의외로 데이비스의 음악에 더욱 공감한 것은 백인 연주자들이었어요. 이에 흑인 연주자들이 많은 뉴욕이 아닌 미 서부 LA를 중심으로 활동이 활발해졌고, 쿨 재즈는 ‘웨스트 코스트 재즈’로 불리기도 했답니다.
에단 호크(Ethan Hawke, 1970~)가 주연한 영화 <본 투 비 블루>의 실제 주인공인 쳇 베이커(Chet Baker, 1929~1988) 역시 쿨 재즈의 대표적인 인물이에요. 서정적인 음악, 감미로운 목소리, 깔끔한 외모로 대중을 사로잡은 그는 재즈를 술집에서 TV로 옮겨온 인물로 평가받는답니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인물은 데이브 브루벡(Dave Brubeck, 1920~2012)이에요. 데이브 브루벡의 <Take 5>는 유명한 재즈곡 중 하나인데요. 그는 당시 작곡가들이 잘 쓰지 않던 박자를 이용해 작곡했어요. <Take 5> 역시도 5/4 박자를 바탕으로 해 지어진 이름이죠. 엇박자 사이에서의 단순함과 잔잔함은 대중에게 듣는 맛을 선사했어요. 브루백은 클래식과 재즈를 결합하려 끊임없이 시도하며 대중이 불편함 없이 들을 수 있는 음악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는데요. 디즈니 삽입곡을 재즈로 편곡한 ‘Dave Digs Disney’ 앨범이 그중 하나랍니다.
💬Editor’s Comment
이렇게 쿨재즈는 한 시대를 풍미했으나, 사실 재즈에 있어서 종류를 구분하는 건 크게 의미가 없었어요. 이전부터 레스터 영(Lester Young, 1933~1959)과 같은 쿨 재즈 스타일의 뮤지션들이 존재했으나 시대에 가려져 있을 뿐이었죠. 또한 쿨 재즈 연주가라고 하더라도 비밥과 쿨 재즈를 넘나들며 연주하기도 했고요. 비밥과 곡의 형식 자체는 크게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죠. 결과적으로 비밥은 뮤지션들에게 끊임없는 도전을, 쿨 재즈는 대중과의 소통을 하게 만들었어요. 그렇게 자신만의 스타일을 바탕으로 수많은 재즈 뮤지션이 그들의 음악을 펼쳤답니다. 제프 다이어(Geoff Dyer, 1958~)의 재즈 소설, <그러나 아름다운>에서는 이런 말이 나와요.
재즈는 힘겹게 싸워야 하고 자신만의 연주를 정립해야 하는 무엇이 아니라 그저 색소폰을 연주하는 것이었다.
대중들이 어떤 이름으로 부르든 뮤지션들에게 재즈는 그저 그들 자신이었던 거예요. 우리의 삶도 재즈처럼 그저 살아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삶과 순간에 오롯이 집중하기.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울림이 있는 삶이 아닐까요? 이번 가을, 재즈와 함께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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