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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워진 역사를 영화로 파헤치다! <코코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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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세계적인 극찬을 받은 드라마 <파친코>를 아시나요? 고국을 떠나 억척스럽게 살아나가는 한인 이민 가족의 삶과 꿈을 풀어낸 드라마죠. <파친코>는 한국인이 식민지 상황 속 일본으로부터 겪은 참상을 온 세상에 담담하게 폭로했어요. 그 안에 일본이 숨기고 싶어 했던 역사가 많이 등장하는데요. 하시마섬에서 노동 착취를 당한 한인들이 있다는 역사적 사실을 숨긴 채 그 섬을 유네스코에 등재하려 했던 일, 위안부 문제, 그리고 조선에서 재배한 쌀을 모두 일본으로 보냈던 ‘산미 증식 계획’ 등이죠. 이렇게 드라마 <파친코>는 역사 왜곡을 아주 효과적으로 폭로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수십 년이 지난 후 세상 밖으로 나온 이야기

  여기, <파친코>처럼 일본의 역사 왜곡을 낱낱이 파헤친 영화가 또 있는데요. 바로 올해 8월에 개봉한 영화 <코코순이>입니다! <코코순이>는 미얀마에서 발견된 일본군 '위안부' 20명을 심문한 보고서의 왜곡된 기록과 진실을 추적한 르포 영화예요. 2018년 KBS <시사기획 창> '위안부 2부작'에서 조선인 포로 20명의 행적을 찾아 나선 이석재 KBS 기자가 연출을 맡아 추적기를 담았죠.

  일본군 위안부 20명을 심문하며 기록된 보고서가 바로 이 영화의 핵심이 되는 ‘49번 심문 보고서’인데요. 이 7쪽짜리 보고서에는 “위안부가 사치스럽게 생활했다. 원하는 걸 살 수 있을 정도로 돈이 많았다”, “조선인 위안부는 돈벌이에 나선 매춘부”라는 내용이 기록돼 있어요. 그래서 이 보고서는 일본 우익들이 위안부 피해자를 매춘부로 매도하고 비하하는 근거로 사용되었죠. 당연히 이 내용들은 모두 거짓이에요. 이를 증명하는 과정이 영화에 담겨 있고요. 따라서 ‘49번 심문 보고서’의 거짓을 최초로 밝히고 있다는 점이 바로 이 영화의 의의가 됩니다. 일본군 위안부의 '포주'였던 일명 파파상, 마마상 일본인 부부가 진술내용을 통역했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왜곡과 오류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고 있어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이야기를 담은 르포 영화 <코코순이> 포스터 ©다음영화

 

🙄’코코순이’는 누구?

  ‘49번 심문 보고서’의 기록 중엔 ‘KOKO SUNYI’ 성이 코코, 이름이 순이로 기록된 한 여성이 있어요. 영화 <코코순이>는 20명 중 행적을 알 수 있는 단 한 명, ‘코코순이’가 살아온 길을 쫓는 데 공을 들였습니다. 2018년 <시사기획 창>에선 제적부를 뒤져 경상남도 함평군에 살았던 박순이 할머니를 '코코순이'로 추정했지만, 그 이상의 실마리는 찾지 못했죠. 멈췄던 추적기는 박순이씨의 사망신고를 한 인물이 사위라는 사실을 알아내면서 다시 시작되었어요.

  1942년 5월, 조선 군사령부의 제안으로 일명 ‘파파상’, ‘마마상’이라 불린 기타무라 부부는 전국을 돌며 취업을 원하는 여성들을 모집했는데요. 업무 내용은 병원에서 부상당한 병사들을 돌보는 것이었죠. 부부는 집안의 빚을 청산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돈을 버는 일이라고 강조했어요. 그렇게 새빨간 거짓말로 모집된 조선 여성들은 부산, 대만, 싱가포르를 거쳐 미얀마 미치나에 위치한 일본군 위안부 수용소로 보내졌습니다. 1944년 8월, 연합군·중국군에 밀린 일본군과 함께 붙잡힌 위안부 여성들은 연합국의 포로가 돼 심문받은 후 인도 각지로 흩어졌어요. 제작진은 전 연합군 포로 심문관인 아쿠네 겐지로와의 인터뷰를 통해 보고서가 우리말 통역 없이 일본어와 영어 심문으로 작성됐음을 확인했어요. 내용 역시 주관적 평가가 가득함을 고발하고 있죠. 그리고 보고서의 부록에 기록된 행적을 알 수 있는 단 한 명, ‘코코순이’라는 이름을 찾아 나선 것입니다. 집요한 취재 끝에 '위안부' 20명이 찍힌 사진 속 '코코순이'는 80여 년 만에 이름을 찾을 수 있었어요.

 

영화 <코코순이> 중 한 장면 ©다음영화

 

👣코코순이의 발자취를 따라서

  영화 <코코순이>를 제작한 이석재 감독은 2시간이 넘는 영화 상영시간 동안 모든 장면을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도록, “중고등학생들에게 영상교재로 쓸 정도로” 쉽게 만드는 것에 가장 큰 포커스를 맞추었다고 전했어요. 또한 전쟁이 끝나도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한 분들이 계신다는 이야기를 듣고, 일제강점기 위안부로 동원돼 이국에서 고통을 겪어야 했던 이들의 운명을 조명하고자 했다며 기획의도도 밝혔습니다. 영화 <코코순이>는 미얀마 미치나와 인도 레도 등에서 현장 답사, 증언 확보 등을 통해 조선인 위안부 20명의 귀국 행적을 파악했어요. 함양, 제주, 미얀마, 파키스탄, 미국, 호주를 거쳐 세계 각지에서 조선인 위안부 피해자와 관련된 자료를 직접 발굴했죠. 지금껏 기록으로만 존재했던 미치나의 조선인 위안소 현장을 처음으로 확인하는 등 다큐멘터리만의 사실성에 스케일까지 더해진 거예요. 이 모든 과정을 통해 역사와 기억에서 지워진 수많은 ‘코코순이’들의 존재를 상기시키고 있답니다.

 

 

  영화의 엔딩곡으로는 가수 이효리가 직접 작사·작곡한 ‘날 잊지 말아요’가 삽입되었어요. 이 노래는 2013년 일본군 위안부 피해 여성들을 위한 프로젝트 앨범의 수록곡인데요. 여전히 치유되지 않은 아픔과 역사를 함께 기억하자고 말하는 듯, 담담한 목소리로 전하는 시적인 가사가 관객들의 마음을 더욱 먹먹하게 만들어요.

 

💬Editor's Comment

  며칠 남지 않은 올해는 미 하원의 일본군 ‘위안부 결의안’ 통과 15주년과 ‘기림의 날’이 공식 제정 10년을 맞는 해입니다. 그래서 <코코순이>의 개봉이 더욱 뜻깊다고 볼 수 있어요. 일본에 의해 강제 동원된 조선인 위안부는 약 20만 명으로 추산되지만, 정부에 등록된 위안부는 고작 240명뿐입니다. 가해자의 마땅한 사죄 없이 야속한 시간만 흘렀고, 현재 대한민국에 남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 생존자는 11명에 불과합니다. 이 영화를 통해 진실을 바로 잡고, 잊힌 ‘코코순이’들을 기리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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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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