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싱선수의 담대한 용기를 가진 건축가! 안도 다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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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채색의 콘크리트, 그 위로 보이는 철근. 힙하다는 감성 카페 같다고요? 혹은 아직 완성되지 않은 건물 같기도 한데요. 그러나 놀랍게도 건축이 끝난 상태랍니다! 심지어 디자인과 설계를 모두 구현한 완벽한 건물이죠. 이를 노출 콘크리트 공법이라고 하는데요. 별도 마감재를 시공하지 않고 콘크리트의 물성을 그대로 드러나게 마감하는 것이 특징이죠. 노출 콘크리트 공법이 우리에게 익숙해질 만큼 이 공법을 널리 알린 대표적인 건축가가 있어요. 바로 안도 다다오(Tadao Ando, 1941~)인데요. 놀라운 사실은 그가 처음부터 건축가를 꿈꿨던 것은 아니라는 거예요. 그의 첫 번째 직업은 권투선수였답니다. 뜬금없다고요? 권투선수가 건축가가 되기까지의 썰, 함께 하시죠!
🥊권투선수에서 📐건축가가 되기까지
안도 다다오는 고등학교 시절 프로권투선수였어요. 수많은 스텝을 밟았고 시합에도 활발히 나가며 이기고 지는 생활을 반복했죠. 그런데 어느 날, 그는 권투 시합을 하던 중 자신보다 강력한 상대를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권투를 그만두기로 결심해요. 상대방의 실력에 낙담해 그동안 쌓아 올렸던 모든 것을 포기한 것이죠. 결국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공사장에서 막노동을 시작합니다.
평소와 같이 공사장에서 퇴근하던 어느 날, 안도 다다오는 동네 헌책방에 방문했어요. 무수히 많은 책 중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프랑스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 1887~1965)의 설계도면이 가득한 책이었는데요. 운명처럼 다가온 그의 작품은 안도 다다오에게 새로운 꿈을 선물해 주었죠. 마음 같아서는 책을 당장 구매하고 싶었지만, 책값이 너무 비싸 그럴 수 없었는데요. 본인이 구매하기 전에 다른 사람이 가져갈까 걱정이 되었던 다다오는 책방 구석에 르 코르뷔지에의 책을 숨겨두고 몰래 꺼내어 보곤 했어요. 이 책이 안도 다다오의 품에 들어온 것은 책을 발견한 날로부터 한 달이 지난 뒤의 이야기랍니다. 이 경험으로 그는 건축가가 되겠다고 결심했고, 그동안 막노동을 하며 차곡차곡 모은 돈으로 유럽 유학길에 오릅니다. 오로지 르 코르뷔지에를 만나기 위해서요! 이로써 안도 다다오의 건축가로서의 삶이 시작됐답니다.
😎무심한 듯 시크하게, 노출 콘크리트
노출 콘크리트는 앞에서 언급한 대로 별도의 마감재를 사용하지 않는 공법인데요. 콘크리트의 물성을 그대로 드러내기 때문에 건물의 뼈대가 되는 철근도 함께 보이게 되죠. 철근과 함께 그 주변을 감싸는 콘크리트를 통해 건물의 골조를 직관적으로 볼 수 있어 건물의 본질과 웅장함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자 매력이랍니다!
안도 다다오가 노출 콘크리트 공법을 사용한 데에는 물론 르 코르뷔지에의 영향도 있어요. 하지만 노출 콘크리트 공법을 사용한 가장 큰 이유는 재료비를 아끼기 위해서였답니다. 그저 잠시 웃고 말 이야기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는 꽤나 전략적인 이유예요. 다른 건축가들 사이에서 경쟁력을 높일 수 있으니까요! 이렇게 르 코르뷔지에에 의해 서양에서 시작된 노출 콘크리트 공법은 안도 다다오를 만나 동양의 분위기를 가진 노출 콘크리트 건축물의 탄생으로 이어졌어요.
🌱자연과의 조화를 건물에 담다
안도 다다오는 자연과의 조화를 통해서 인간의 가능성과 가치가 드러난다고 믿어요. 자연과 인공적 요소는 따로 존재할 때보다 공존할 때 더 큰 의미와 아름다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죠. 그 믿음의 대표적인 작품이 교회 시리즈예요. 빛의 교회, 물의 교회, 바람의 교회를 통해 안도 다다오의 비전을 확인할 수 있답니다.
빛의 교회 예배당 문을 열고 조용히 내부로 들어섭니다. 무엇이 보일까요? 십자형으로 뚫린 정면 벽에서 빛이 쏟아져 들어오는데요. 빛은 그 자체로 감동적이고 성스러운 공간의 특징을 잘 드러내요. 이토록 아름다운 공간이라고 해도 아쉬운 점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닙니다. 벽이 뚫려 있기 때문에 여름엔 뜨거운 열기가, 겨울엔 차가운 바람이 들어와 비효율적인 공간이 되어버렸거든요. 조금 웃픈 이야기지만 결국은 유리창을 끼우는 것으로 해결되었답니다.
물의 교회는 단순한 직사각형으로 보이는 아주 단순한 외관의 건축물이에요. 그러나 다다오 특유의 고요하면서 초현실적인 이미지는 독보적이죠. 이 건축물은 바깥 풍경과 내부가 하나가 될 수 있도록 디자인되었어요. 사진 속 물 한가운데에 떠 있는 십자가 보이시나요? 마치 호수 안에서부터 치솟아 오르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요. 자연과 건축물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데에 큰 역할을 하는 압도적인 철 십자가는 물의 교회를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요소예요.
바람의 교회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긴 입구를 통과해야 해요. 반투명한 우윳빛 통로 안에 쏟아지는 햇빛을 느끼면서요. 바람의 교회라는 이름에 걸맞게 이 통로의 핵심은 바람 소리예요. 개방된 입구와 출구를 드나드는 바람의 소리만이 통로에서 들을 수 있는 유일한 소리죠. 이토록 고요한 공간이 또 있을까요?
💬Editor’s Comment
일본에는 '콤페'라고 하는 '설계경기(건축공모전)'가 있어요. 세계적으로 유명한 건축가 안도 다다오는 자신의 이미지 타격을 감수하고 지금도 꾸준히 도전하고 탈락하고 있답니다. 포기하지 않는 도전정신에서 건축가가 되기 전 복싱선수였던 그의 모습이 보이는 듯해요. 복싱선수에서 건축가가 되기 위해 그동안 쌓은 시간을 포기하는 결단도 용기, 건축가로 업적을 쌓아 올린 지금까지도 콤페에 도전하는 것도 용기라고 생각해요. 조금 헷갈리더라도 안도 다다오처럼 용기와 결단을 가지고 자신의 길을 걷다 보면 본인의 분야에서 멋진 사람으로 남을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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