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미디어아트, 미디어아트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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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댕(François-Auguste-René Rodin, 1840~1917)의 <생각하는 사람>! 이름만 들으면 포즈를 따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유명한 조각이죠. 이는 인간의 처절한 최후를 내려다보며 고뇌하는 모습을 묘사한 작품인데요. <생각하는 사람>이 세상에 단 하나가 아니라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원본 외에도 무려 12개의 복제품이 존재할뿐더러, 놀랍게도 이 12개의 복제품 모두 가품이 아닌 진품이랍니다. 이를 에디션(Edition)이라고 해요. 에디션은 한정된 수로 찍어낸 작품을 이야기하는데요. 주로 사진이나 판화에서 사용되는 개념이지만 이외에도 하나의 틀로 여러 개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조소 작품의 경우 역시 에디션이 존재한답니다. 무한정 복제해서 원작의 희소성이 떨어지면 어떡하냐고요? 그래서 조소 작품의 경우, 일반적으로 원틀에서 찍어 낸 12번째 작품까지만 진품으로 인정하고 있어요. 오늘 소개할 ‘미디어 아트’ 역시 이 <생각하는 사람>, 그리고 ‘에디션’과 관련이 있답니다!
👐미디어와 아트가 만나면?
미디어아트라는 단어는 일상 속에서 여러 차례 접해보셨을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느낌적인 느낌만 이해하고 있을 뿐, 정확히 미디어아트가 무얼 의미하는지는 모르실 수도 있고요. 미디어와 아트의 합성어라는 것 정도는 대충 알겠는데, 정확히 무엇인지는 모호하게 다가오죠. 미디어아트는 매체예술이라는 뜻으로, 대중매체를 활용한 예술을 말해요. 우리가 미술관에서 접하는 그림이나 조각 작품과는 다른 부류의 예술이지요. 조금 감이 오시나요? 좀 더 전문적으로 말하자면 미디어아트는 19세기 이후에 등장한 기술을 활용하는 모든 예술을 포괄한답니다. 정작 미디어아트라는 명칭은 19세기가 훌쩍 지난 1990년대에 만들어졌지만요. 따라서 사진, 영화, 컴퓨터가 등장한 시대 이전에 나온 매체예술들은 ‘미디어아트’와 구분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러니까 우리가 흔히 말하는 미디어아트는 사진, 비디오, 컴퓨터 등을 활용한 예술, 즉 20세기 이후의 매체예술인 것이죠.
미디어아트가 등장한 건 생각보다 오래되지 않았어요. 1960년대에 이르러서야 예술가들이 기계 매체에 관심을 가지면서 미디어아트라는 개념이 등장하기 시작했거든요. 이 시기의 대표적인 예술가 존 케이지(John Milton Cage Jr., 1912~1992)는 작가와 관객의 상호작용성, 멀티미디어, 그리고 일렉트로닉스를 예술에 응용했어요. 우리나라에서는 백남준(1932~2006)이 최초로 비디오 아트 작품을 창작했고요.


1970~80년대에는 비디오아트가 주도권을 잡았어요. 이에 많은 예술가들이 비디오를 예술적 표현의 수단으로 삼았죠. 비디오아트를 활용하는 예술가들은 총 세 개의 경향으로 나뉘는데요. 비디오의 매체적 특성 그 자체를 탐구하는 경우, 비디오를 작가 자신의 정체성 탐구에 사용하는 경우, 주류 대중매체의 일방적 정보 전달에 저항하는 수단으로 삼는 경우가 그것이랍니다.
반면 1990년대 이후로는 매체 환경이 변화하면서 비디오아트의 영향력이 줄어들어요. 대신 컴퓨터를 기반으로 한 뉴미디어아트의 영향력이 증가하죠. 레이저나 조명 시스템도 예술 작품에 사용되기 시작했고, 컴퓨터를 활용한 예술 작업이 시각미디어와 함께 뉴미디어아트의 주요 경향으로 자리 잡게 되었어요. 하지만 기존의 매체들도 아직까지 널리 사용되고 있는데요. 신기술과 구기술을 구분하지 않고 모두 미디어아트라는 개념으로 통용된답니다. 그래서 현재의 미디어아트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어요. 기존의 비디오를 이용해 예술을 탐구하던 방식을 디지털 매체에 적용하는 경우, 그리고 새로운 매체의 가능성을 어떻게 탐구할 것인지 모색하는 경우로 말이죠.
🤨참여형 전시, 혹은 복제품 전시?
미디어아트를 활용한 전시는 최근 들어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예요. 우리는 박물관처럼 원본 작품을 갖다 놓은 전시에 더 익숙한데요. 요즘은 컴퓨터를 활용해 작품을 띄우는 것도 전시라고 볼 정도로 전시의 범위가 넓어졌죠. 특히 관객들이 쉽게 접하기 어려운 작품들을 미디어아트에 접목시키는 시도가 큰 인기를 끌면서 이러한 전시가 계속해서 늘고 있답니다. 미켈란젤로(Michelangelo Buonarroti, 1475~1564)나 고흐(Vincent Willem van Gogh, 1853~1890), 모네(Oscar-Claude Monet, 1840~1926) 등 유명 작가의 작품이 미디어아트 전시에 활용되는 대표적인 경우예요.

덕분에 우리는 미디어아트를 통해 명작들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어요. 미켈란젤로의 조각상이 VR 안에서 살아 움직이고, 모네의 그림은 빛에 따라 움직이죠. 물론 원작을 직접 보는 것과는 다른 느낌일 거예요. 하지만 미디어아트로 구현된 작품에는 원작과 달리 움직임이 부여되어 있으니 색다른 재미가 있죠. 게다가 명화를 직접 들여올 경우 발생하는 작품 대여료와 보험료, 유치비 등의 비용을 아낄 수 있어요. 초기 기술비용 정도만 부담하면 되니 전시 효율의 측면에서도 인정을 받고 있고요.
🗯미디어아트를 둘러싼 말말말!
모든 것에는 양면성이 있듯이, 물론 미디어아트를 둘러싼 비판도 있죠. 주로는 디지털 전시가 원작 못지않은 감동을 줄 수 있는가에 대한 것인데요. 원작은 흔히 아우라라고 하는 원본성을 갖고 있으니까요. 뿐만 아니라 전통적인 예술 작품은 그 장소, 그 시간에만 존재하는 현존성을 지니고요. 이는 작품의 유일성과 더불어 시너지를 내는 원본 작품만의 소중한 가치예요. 하지만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작품의 복제와 변환이 간편해지면서 작품의 유일성과 현존성이 사라지고 있는데요. 따라서 디지털 전시 작품 속에서 원작의 감동을 느낄 수 있는지 의문이 제기되는 거예요.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을 다시 떠올려볼까요? 12개의 진품 에디션과 명작의 디지털 전시에 유사한 지점이 있죠. 그런데 <생각하는 사람> 에디션이 모두 진품인 것과 달리, 미디어아트는 컴퓨터로 작품을 무한정 복제할 수 있어요. 그러니 원작과 같은 크기의 감동을 선사하기는 어려울 수밖에 없죠.
티켓값도 문제가 돼요. 원작이 아닌데, 원작 전시에 버금가는 비싼 값에 불만을 표하는 관람객도 있답니다. 나아가 작품 감시의 장이어야 할 전시회가 SNS 업로드용 사진을 찍는 장소로만 전락하는 것 역시 전시 측면에서는 회의적으로 여겨질 수 있는 부분이에요. 경우에 따라 작품의 화질이나 색감 등 퀄리티가 떨어질 수 있다는 것도 미디어아트 전시의 단점이고요.
미술계는 위와 같은 관람객들의 반응에 민감하게 대처하고 있어요. 미디어아트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동을 선사하기 위해 새로운 도전을 거듭하고 있죠. 버려진 건물을 통째로 리모델링하여 디지털 전시에 최적화된 공간을 설계하는 경우도 그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이처럼 미디어아트를 통해 원본 작품과는 또 다른 종류의 압도감을 느낄 수 있다면, 존재 가치가 충분한 예술이 될 수 있겠죠?


💬Editor's Comment
과학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고전적인 전시의 개념이 희미해졌고, 과학과 예술이 융합한 새로운 장르의 전시가 등장하여 전시의 범위가 확연히 넓어졌어요. 우리는 뭐든지 빠르게 변해가는 시대에 적응하며 살고 있는데요. 미디어아트도 그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이에 힘입어 앞으로 더 다양한 유형의 전시가 생겨나면 좋을 것 같아요. 미디어아트만이 전해줄 수 있는 감상이 더 여러 모습으로 나타나기를 기대하게 되기도 하네요! 여러분은 미디어아트 전시를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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