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다리를 건너, 더 큰 문학의 세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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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가을' 하면 어떤 것들이 떠오르시나요? 낙엽, 단풍, 트렌치코트, 천고마비의 계절까지… 매우 다양한 것들이 떠오르실 것 같은데요. 저는 그중에서도 '독서'라는 키워드가 가장 먼저 떠올라요. 등화가친(燈火可親)1) 이라는 말이 있듯, 춥지도 덥지도 않은 선선한 날씨는 마음의 양식을 쌓아가기에 이상적이기 때문이에요. 특히 가을은 다양한 장르 중에서도 문학을 읽기에 더할 나위 없는, 분위기 넘치는 계절이기도 하죠. 이처럼 청명한 가을을 맞이하여 문학 읽기에 새로이 재미를 붙이신 분들도 많을 것 같아요. 이와 같은 분들을 위해 꼭 소개해 드리고 싶은 문학 축제가 있답니다! 바로 매년 가을, 서울에서 개최되는 '서울국제작가축제' 예요.
1) 등불을 가까이 한다는 뜻으로, 당나라의 학자인 한유가 아들에게 지어 보낸 시로부터 유래되었어요. 선선한 가을에 등불을 가까이 하고 책을 읽기에 좋다는 의미를 담고 있어요.
🖋️ 서울국제작가축제, 그게 뭐야?
서울국제작가축제(Seoul International Writer's Festival)는 2006년부터 매년 개최 중인, 한국문학번역원에서 주최하는 글로벌 문학 축제예요. 서울이라는 무대에서 한국문학과 세계문학이 자유롭게 교류할 기회를 마련하고자 고안되었죠. 축제에서는 세계 여러 나라의 작가들을 대담, 공연, 전시 등 다채로운 문학 행사를 통해 직접 만날 수 있어요. 이 과정에서 독자들은 단순한 텍스트 읽기에서 벗어난, 확장된 문학적 세계를 경험할 수 있답니다. 더군다나 모든 프로그램이 무료로 진행되기에, 문학을 사랑하는 분들께 더욱 추천하지 않을 수 없는 축제이기도 해요.
🌉 박상영, 최은영, 위화, 버나딘 에바리스토를 모두 한곳에서 만날 수 있었다고?
서울국제작가축제는 개막에 앞서 매년 새로운 슬로건을 발표하곤 하는데요. 올해로 12회를 맞은 서울국제작가축제의 슬로건은 바로 “언어의 다리를 건너-Crossing the Bridge of Language”였어요. 해당 슬로건은 언어의 다리를 건너 한 세계에 편입된 인간이 모국의 규범과 가치를 배우며 또 다른 세계가 있음을 인식하고, 다시 언어의 다리를 건너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는 과정을 담고 있어요. 단순히 모국이라는 제한된 테두리 안에 머무르는 것이 아닌, 언어의 장벽을 넘어 더 크고 다양한 문학의 세계를 경험해보자는 의미이기도 하죠. 이는 한국 독자들의 문학 향유 기회를 확대하고자 고안된 서울국제작가축제의 가치에도 매우 부합하는 슬로건이라고 생각해요.
2023 서울국제작가축제는 도심 속 아름다운 섬, 노들섬에서 9월 8일부터 13일까지 개최되었는데요. 총 9개국의 해외 작가 10명과 국내 작가 14명이 모여 10가지의 주제로 독자와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답니다. 특히 2022년 인터내셔널 부커상에 『대도시의 사랑법』으로 노미네이트 된 박상영 작가와 대중에게 사랑받는 최은영 작가, 중국 3대 현대문학 작가로 꼽히는 위화 작가, 흑인 여성 최초로 부커상을 받은 버나딘 에바리스토 작가가 참여하여 많은 주목을 받았어요.
저는 그중에서도 조대한 문학평론가와 최은영, 서효인, 웬디 어스킨 작가가 참여한 <작가들의 수다 - 이곳에서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 프로그램이 가장 기억에 남는데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문학 속 장소성에 대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대담이 진행되었어요. 참여 작가 웬디 어스킨의 소설에 등장하는 특별한 정체성을 가진 도시, 북아일랜드의 '벨파스트'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고, 이야기가 시작되는 작가님들만의 공간에 대해서도 알아갈 수 있었어요. 특히 “나에게 있어 글쓰기를 시작하는 출발점은 사방이 벽으로 둘러싸여 있고 누구도 만날 수 없는 압도적인 고독”이라고 답한 최은영 작가의 말이 마음에 오래 남았어요. 책 너머에 자리한 작가들의 세계에 관한 이야기를 직접 들을 수 있었기에, 호기심 많은 독자로서 의미 있던 시간이었답니다.
📚 마냥 지루하기만 한 문학 행사가 아니야!
'문학 행사' 하면 지루하고 일방적일 것이라는 편견이 많죠. 그러나 제가 생각하는 서울국제작가축제만의 특장점은 여기에 있어요. 바로, 작가 중심적인 문학 축제로 끝나지 않았다는 점이에요. 2023 서울국제작가축제에서는 개막 전, '함께읽기 챌린지'를 통해 주제도서를 완독할 때마다 이주민에게 모국어로 된 책을 기부하는 이벤트가 진행되었어요. 해당 챌린지에 참여한 챌린저들의 이름은 모두 현장에 마련된 '기부자의 벽'에 올라갔답니다. 이와 같은 챌린지를 통해 관객 모두가 문학을 매개로 축제와 하나가 되는 기분을 만끽하기에 좋다고 생각했어요.
또한, 연계 전시와 예술융복합공연 프로그램을 통해, 다채로운 문학적 경험의 장을 마련했다는 점도 좋았어요. 연계 전시 <독자의 시선>에서는 독자가 언어를 통해 작가와 만나는 순간을 시각적으로 구현해냈고, <예술융복합공연 Ⅰ, Ⅱ> 에서는 참여 작가의 작품을 재해석한 무대를 만나볼 수 있었기 때문이에요. 특히 작년 2022 서울국제작가축제에서는 천선란 작가의 소설 『천 개의 파랑』을 비롯한 참여 작가의 텍스트들이 낭독극의 형태로 공연되기도 했답니다. 소설 속 캐릭터를 눈앞에서 연기하는 배우들의 모습을 보며, 몇 배로 감동했던 기억이 나요. 이처럼 문학을 단순히 텍스트로서만 소비하는 것이 아닌, 타 예술 장르와의 결합을 통해 더욱 풍성하게 만끽할 수 있다는 점이 서울국제작가축제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Editor’s Comment
서울국제작가축제는 평소 문학 행사에 자주 참여하는 마니아 관객부터, 이제 막 문학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한 뉴비 관객까지 모두 즐길 수 있는 축제라는 점에서 의미 있었어요. 유명 작가들을 직접 만나볼 수 있고, 양질의 프로그램에 무료로 참여할 수 있으며, 프로그램이 끝난 뒤에는 참여 작가에게 직접 사인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큰 매력으로 다가왔답니다. 2023 서울국제작가축제의 막은 내렸지만, 매년 개최되는 축제이니만큼 기억해 두었다가 참여해 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문학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에게 적극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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